스포츠의 상업화 논란
각종 스포츠 이벤트에서 상업화와 관련한 많은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국제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은 상금 외에도 국가로부터 거액의 포상금을 비롯한 각종 특혜를 제공받는다. 2006 독일월드컵의 경우 우승국에는 570억 원의 배당금이 주어진다. 2002년 우리나라는 4강에 진입함으로써 80억원 상당의 FIFA 배당금은 물론 국내 스폰서 기업들로부터 포상금과 병역특혜까지 받았다. 아마추어리즘을 강조하는 올림픽에서조차도 우승한 선수들에게는 국가 차원에서 연금이 지급되며 스폰서 기업에서 별도의 보너스를 받게 된다.
각종 대회마다 가장 큰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스폰서 기업과 미디어의 영향력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이들의 요구로 대회 일정, 규칙, 제도 등이 변해온 지 오래다. 그만큼 그들이 대회 수익 구조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2006독일월드컵의 경우 중계권료는 1조 2,450억 원에 이르고,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1조 5천억 원의 중계권 수입을 올렸다. 이에 따라 선수들의 경기는 물론 스폰서 기업, 미디어 등의 경쟁 수준이 과잉으로 치닫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더욱이 대회 유치국이나 도시의 경우에는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터라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결과적으로 대회 조직위원회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점점 더 경제적 논리에 의해 모든 것이 판단되는 현대 사회에 스포츠의 상업화 논쟁은 이미 진부한 이슈일지도 모른다. 나아가 이와 같은 우려 자체가 스포츠의 본성을 잊은 채 순수에 대한 결벽증적 환상을 꿈꾸는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러한 논의에 올바르게 뛰어들기 위해서는 과거 스포츠 이벤트의 역사와 정신을 올바르게 되짚어 보아야 하겠다. 또한 이를 통해서 향후 스포츠 정신을 재고시킬 수 있을 듯싶다.
올림픽, 과거로의 회귀
가장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의 이미지를 지닌 올림픽마저도 사실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강한 프로페셔널리즘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올림픽 정신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단지 잠시 잊혔던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스인들은 올림픽을 ‘경기’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들이 부른 이름은 ‘올림피아 아고나스’였다. ‘아고나스’는 그리스어로 경기라는 뜻 외에 ‘전투’ 혹은 ‘전쟁’이란 뜻을 갖고 있었다. 관중은 최고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싶어 했으며, 선수는 목숨을 걸고 승부를 겨루었다. 이에 따라 올림픽에서의 승리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성취를 의미했고, 상상도 못할 정도의 부와 명예 그리고 지위가 승리자에게 안겨졌다. 아울러 경기장 주변에는 각종 재주꾼들과 행상인들이 관중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아마추어로 참가 자격을 제한한 것은 고대 올림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아마추어리즘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특권적인 엘리트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다. 이것이 이후의 스포츠에 ‘이상’으로 계승되어 19세기 말 영국에서 이를 학습한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이 근대 올림픽을 창시하며 하나의 전통으로 구축된 것이다. 가령 조정 경기에서 엘리트 계층인 자신들보다 노를 잘 저을 뱃사공은 출전을 금지시켰고, 노동자가 육상 경기에 출전하는 것도 자신들보다 팔다리가 더 튼튼하여 유리할 테니 금지시켰다. 또한 상금이 없었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어설픈 기량의 부유한 엘리트를 중심으로 ‘아마추어리즘’이라 하며 계급 스포츠가 생겨난 것이다.
근대 올림픽의 상업화는 1924년 파리올림픽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쿠베르탱에 의해 경기장 광고가 허용되면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근대 올림픽 마케팅의 효시라고 알려진 대회는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으로, 당시 코카콜라사는 미국 선수단에게 음료를 제공하며 미국 내에서 코카콜라 선풍을 일으켰다. 이후 1984년 LA올림픽에서 야구 커미셔너인 피터 유베로스가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여 올림픽 사상 최초로 2억 2,5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였다. 그리고 IOC 국제올림픽 위원회가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규율을 완화한 후 올림픽은 ‘최고 중의 최고’들의 잔치가 되었다. 우승자는 스타 대우를 받으며 TV 방송과 잡지 기사에 출연할 뿐 아니라 수억대의 광고 수입까지 올리게 되었다.
전통주의자들은 스포츠 스타 시스템이 등장한 것에 대해 올림픽을 상업주의와 이기주의로 오염시키는 일이고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와 심리학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참조 : 커뮤니케이션의 블루오션, 스폰서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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