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이벤트의 개최 효과
우리나라는 이미 아시안게임, 올림픽, 월드컵 등 세계적인 스포츠이벤트 대회를 모두 유치한 바 있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은 국내에도 스포츠가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당시는 국내 프로스포츠 산업이 일천했고 스포츠가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활용되는 단계에 머물러 있었으니,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인식이나 노하우가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할 때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미 국내에서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많은 논의가 시작된 단계였기 때문이다. 월드컵 16강 진출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동시에 대회 개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지난 2002년 월드컵 대회 개최 사례를 통해 국제적 스포츠 이벤트가 국가, 사회, 경제, 및 스포츠의 측면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국가적인 측면에서의 효과를 들 수 있다. 역대 월드컵의 경우를 살펴보면 월드컵을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데, 스페인의 경우 ‘스페인은 다르다(Spain is Different)’라는 슬로건 아래 독재국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민주, 산업, 관광국가 이미지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또한 1998년 프랑스는 다민족 축구대표팀의 승리를 프랑스 내 다양한 인종이 화합하는 국민 통합의 계기로 활용한 성공사례가 있다.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우리나라는 기다림에 익숙하고 수동적인 ‘동방의 해 뜨는 고요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월드컵 이전에는 외국 기업들에게 국가의 이미지 자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거나(40.7%), 부정적인 이미지(31.0%)가 더욱 강했으며,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외국에 제품을 판매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되었다(현대경제연구소, 2002a). 그러나 월드컵 이후 국가와 개최 도시의 이미지가 제고되고, 국가 간 교류가 증진되고 있으며, 한일 관계에 있어서도 새로운 관계가 정립되고 있다.
특히 700만 명의 길거리 응원과 끈질긴 투혼으로 이룬 4강 진출의 성과, 그리고 IT 강국 이미지로 ‘다이나믹 코리아 구축’이라는 슬로건이 서로 부합되어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가 성공적으로 개선되었다. 이러한 결과들은 결승전을 일본에서 여는 대신 대회 명칭에서 Korea를 Japan보다 먼저 사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의 국가 인지도를 높이려 했던 전략이 효과를 거둠으로써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둘째, 경제적인 측면을 짚어 보자. 월드컵과 같은 대형 스포츠이벤트 개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세 가지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첫째는 사회적 자본과 인프라로서의 시설 및 공간에 대한 자본 축적 기능이고, 둘째는 이벤트 유치에 의해 소비를 유도하는 소비 유도 기능, 셋째는 스폰서 기업들의 홍보효과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4강 진출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둠으로써 우리 경제는 3조 7,600억 원 가량의 소비 진작 효과와 7조 7,000억 원 가량의 국가 브랜드 홍보 효과를 비롯하여, 기업 이미지 제고적인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약 14조 7,600억 원의 경제적 효과 등 총 20조 원이 넘는 파급 효과를 얻은 것으로 파악되었다(현대경제연구원, 2002b). 또한 삼성경제연구소(2002)는 월드컵 기간 중 경기장 및 주변도로 건설에 2조 3,882억 원, 조직위원회 경상운영비 및 관광 소비 지출에 각각 4,000억 원과 6,825억 원, 대표팀 선전으로 인한 추가적 소비지출 1조원의 지출 규모를 추산하였다.
이는 한국전 응원 및 임시휴일 등으로 인한 4,098억 원의 조업 차질과 한국전 경기 시간대 전력 소비량 10% 감소 등의 부정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총 43만 명의 고용 창출과 총 GDP(2001년 기준 545조원)의 0.74%에 해당하는 약 4조 원 가량의 부가가치를 2002년 한 해에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5년간 5.270억원 가량의 수출 효과를 비롯하여 외국인 투자를 촉진시키는 간접 효과도 얻었다.
스폰서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홍보 효과는 또 다른 중요한 성과였다. 파이낸셜 뉴스와 Fn 리서치&컨설팅의 조사 결과(2002)에 따르면, 월드컵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 입국할 당시 보인 국내 기업들에 대한 인지도가 출국 시에는 최대 8.6%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KTF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지도는 입국 당시 2.5%에서 출국 시 11.1%를 기록하여 8.6%포인트의 상승률을 보였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인지도 상승률에서는 0.5%로 6위에 그쳤으나 전체 인지도에서는 입국 시 17.2%, 출국 시 17.7%로 1위 자리에 올랐다. 엠부시 마케팅의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는 SK는 붉은악마들에게 50억 원의 후원금을 제공하며 응원 관련 홍보로 6.0%에서 8.9%로 2.9% 상승하였다. 이 밖에도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에 대한 인지도 역시 상승되었는데, 이것은 특히 IMT 2000, LCD 모니터 등 IT 부문의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외국 기업들의 실구매로 이어진 바 있다.
셋째,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사회·문화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서구 사회에 대한 열등감, 주눅 그리고 국수주의적인 행태의 애국주의에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개방적이고 유연한 세계시민주의적 성향을 보이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지극히 수직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위로부터의 자극이나 강제적인 응집 형태에서, 개인의 개성을 중심으로 하여 자발적 유대감을 보이며 수평적 사회 구조로 변화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경직되고 금욕적인 모습에서 감정에 솔직하고 즐거움을 향유할 줄 아는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 또한 반영되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권위주의적인 양상, 임기응변적 대처, ‘편법이 곧 능력’이라는 사고, 목표에 대한 맹목적 성취욕 등의 모습보다는 기초와 기본을 중시하며, 합리적인 수단과 투명한 과정에 의해 목표를 성취하고, 전문성에 바탕을 둔 추진력, 그리고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을 중시한 건강한 사회 구조에 대한 바람과 의지가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넷째, 스포츠 산업적인 측면으로 볼 때, 무엇보다도 국내 축구 기량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었음을 들 수 있다. 스포츠마케팅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상품은 경기 자체이기에 경기력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또한 스타 선수들이 발굴되어 해외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되었고, 기존 강팀에게 느끼던 열등감을 버리고 자신감을 회복하자 팬들의 지지 기반도 넓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 프로축구리그에서의 서포터스들의 활동도 활발해졌으며 축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여성층의 관심도 얻는 등 국내 축구 시장은 새로운 시장의 기회를 찾게 되었다. 스타 선수들이 수준 높고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줌으로써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다는 것은 스포츠마케팅의 성공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천억 원 안팎의 대규모 건설비용을 들여 건설한 경기장에 대한 활용 방안을 고민하면서 본격적인 스포츠마케팅 수익 구조 개선을 모색하게 되었다. 가령 상암경기장의 경우 예식장, 음식점, 쇼핑센터 등 다양한 수입원을 개발하여 유지비 및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참조 : 커뮤니케이션의 블루오션, 스폰서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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