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시장 분석은 마케팅의 시작이다
프로스포츠의 전반적인 시장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국가의 경제 수준을 비롯하여 선수 수급 시스템, 도시의 총 인구수, 지역 주민의 개인 소득 및 소비 수준,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그리고 해당 연고 지역에 관심과 지원 능력을 지닌 기업 등의 관점에서 세밀한 조사 분석이 필요하다.
여기서 도시의 인구 규모만을 간략히 살펴보면, 얼핏 한국은 미국과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국내외 대부분의 프로스포츠가 지역 연고제를 택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각 도시의 인구를 비교해 볼 수도 있겠다. 서울(1,028만 명)은 오히려 뉴욕(801만 명)보다 많다. 2003년도 미국 프로 야구에서 가장 많은 적자를 기록한 텍사스 레인저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경우 도시 인구 수가 각각 33만 명, 42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을 해당 프랜차이즈의 시장권 내에 있는 주(State)개념으로 확장시켜보면 상황은 180° 달라진다. 즉, 텍사스 팀의 경우 연고 시장을 텍사스 주로 확대시켜보면 인구수는 2,178만 명에 이르고, 애틀랜타 팀의 조지아 주는 819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처럼 거대한 시장과 함께 우리보다 18배 이상 높은 국가 경제 수준을 가진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2003년 30개의 메이저리그 팀 가운데 적자를 기록한 팀은 무려 16개에 달했다. 다양한 수익원이 개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로 치솟는 선수들의 고액 연봉 등 지출 또한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도 시시각각 급변하는 새로운 시장환경에 발맞추어 마케팅 전략을 끊임없이 계발하고 있다.
국내의 스포츠 시장은 여러모로 한계점을 지닌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너무나 많은 스포츠 종목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간의 경쟁들도 어렵지만 국내 특유의 문화 상품들까지 고려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스포츠팬 프로파일과 유사한 젊은 청소년들은 스포츠가 아닌 인터넷 게임에 몰두해 있고, 화려한 음주 문화와 노래방 등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문화 산업도 경쟁적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무엇보다도 우리만의 스포츠마케팅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즉,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을 지닌 미국의 사례를 무조건적으로 모방하거나 부러워하기보다는 국내 실정에 맞는 마케팅 목표와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가정을 해본다면, 국내 프로스포츠는 모기업의 홍보수단이라는 비난이 일고는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측면이라도 더욱 강조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미국 프로 농구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기업의 사용을 국내의 경우 지역 연고제와 혼용하면서도 기업명을 더욱 강조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스포츠의 공익적 차원에서 세제 혜택 등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도 필요할 것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점은 국내 여건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의 경우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시장성의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리그나 구단 차원에서 마케팅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프로 스포츠 리그 및 구단에서도 막연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부분적인 마케팅 기법에 힘쓰기 전에 냉철한 내부 성찰과 시장분석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상품인 경기 수준을 향상시켜라
국내에 인기 종목을 중심으로 프로스포츠가 도입된 이후에 가장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계기는 2002년의 월드컵 4강 진출이다. 이후 국내 팬들은 긴가민가하던 국내 축구 경기력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며 국내 리그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멀게만 느껴지던 야구가 WBC에서 미국과 일본을 이기고 4강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었다. 이는 단순히 정부 주도적 차원에서 육성된 올림픽 꿈나무들이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안고 희생한 세계 대회 업적과는 다른 차원이다. 스포츠마케팅의 꽃이라 불리는 대중의 인기와 시장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프로스포츠에서의 성과이기에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국내 대부분의 종목들에서 선수들의 체력과 기술력, 팀의 전술, 전략 및 훈련법, 심판진의 경기 운영 등 전반적인 경기 수준 등은 해외 스포츠에 못 미치고 있다.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경기 내용이 아닌 이기기 위한 내부 경쟁에만 전력한다는 비판도 있다. 일부 종목에서는 선수들의 세대교체 등 새로운 스타 양성에 실패하고 있고, 지나친 용병의존도로 인해 흥미가 반감되는 것은 물론 국내 선수들의 특정 포지션 기피 현상 및 기량 저하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TV나 인터넷 등 매체의 발달로 국내 스포츠팬들은 세계 곳곳의 수준 높은 경기들을 쉽게 접하고 있다. 초기에는 마니아층에서 미국 MLB나 NBA, 유럽 축구 등을 시청하고 그 정보를 교환하였으나, 이제는 일반 팬들에게까지 그러한 현상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팬들은 관전 수준이 날로 높아짐은 물론 전문적인 분석 능력까지 갖추게 되어, 더욱 향상된 경기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선수들의 경기 능력 외에도 지루하게 지연되는 경기, 잦은 파울, 선수들 간의 폭력, 심판의 판정 시비, 진행요원의 권위적인 태도 등 원활한 경기 운영 또한 ‘경기’라는 품질 관리의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따라서 선수들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함은 물론 팬들을 위한 경기를 보여주는 것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진정한 팬 서비스란 경기 일정을 안내하는 현수막이나 하프타임 때 추첨으로 제공하는 경품, 혹은 선수 사인회 정도를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좋은 배우와 스토리, 연출을 통해 높은 시청률을 확보하기 시작하면 그것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마찬가지로 스타성이 있는 선수 육성, 재미있는 경기, 지속적으로 팬들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마케팅 등으로 스포츠가 좋은 성적과 인기를 얻게 되면 팬들의 충성도를 확보하는 데 가속도가 붙는다. 대부분 한번 팬이 되면 쉽게 이탈하지 않는 스포츠 팬덤의 속성상 이를 바탕으로 높은 방송 가치와 광고 가치를 파생시킬 수 있다. 이 모든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열쇠는 경기력 향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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